성경강해

  <요한일서 서론>

 

  본서는 '사랑의 편지' 혹은 '진리의 변증서'라고 일컬어집니다. 주제는 성도와 하나님과의 교제 및 성도간에 있어서 하나님 사랑의 실천으로 요약됩니다. 본서가 두 주제를 강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밖으로는 당시 집권자들과 이방 문화의 박해가 있었고 안으로는 각종 이단 사상과 분열이 교회 안에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요한은 예수님이 곧 하나님이시라는 것과 믿음으로만 구원받을 수 있음을 단호히 선언함과 동시에 교회의 분열에 대해서 사랑을 실천하여 하나됨을 이루어야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요한이 말하는 사랑이란 말보다는 행동과 진실에 의해서 표현되어져야 하는 실천적이며 행동지향적인 측면을 갖습니다. 오늘날 교회는 외부로부터의 핍박이나 위협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 보다는 오히려 평온한 환경 속에서 이단과 분열이라는 내적 질병을 심각하게 앓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성도들에게 본서는 참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해 줍니다.

 

      1. 저자

 

  본서의 저자는 전통적으로 요한복음의 저자인 사도 요한으로 추정합니다. 물론 반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저자는 2세기 경에 유행한 영지주의적 문체와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쿰란 문서에 의하면 영지주의 언어가 이미 예수님 탄생 이전에 팔레스틴에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복음에 이러한 언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비성경적인 것으로 인증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는 오히려 본서를 통해 영지주의적 이단을 공박하고 있습니다 (1:8,10, 2:6, 3:8-10). 둘째, 본 서신에 발신인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본 서신의 내증에 의해 발신인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본 서신과 요한이 기록한 요한복음에 사이에는 공통된 내용(1:1, 요1:1,2,4,10/ 1:4, 요15:11, 16:24)과 공통된 사상(4:2, 요1:14/ 3:23, 요13:34 등)이 많이 나옵니다. 그러한 점을 볼 때 본 서신의 발신자는 요한복음 저자인 사도 요한 임을 알 수 있습니다.

 

      2. 수신자

 

  본 서신은 서간문 형식을 갖추고 있지 않으므로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보내졌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본 서신에 나타난 수신자들에 대한 저자의 호칭으로 미루어 볼 때 본 서신은 특정한 대상보다는 일반 교인들을 대상으로 교회 전체에 보내진 듯 합니다. 즉 저자 요한은 본서의 수신자들에 대해 '나의 자녀들아'(2:10, '아이들아'(2:18), '형제들아'(3:13)라는, 교회 공동체에서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한 형제요 자매된 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호칭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3. 기록 연대

 

  본서의 기록연대는 A.D.90-100년으로 봅니다. 본서의 기록 연대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요한 공동체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공동체는 안디옥 교회가 시작된 시기와 같은 때에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행11:19-26). 초대교회 지도자들 중 대부분은 유대교와 당국의 핍박이 격심해졌을 때 예루살렘을 떠났으며(행8:1) 이 때 요한은 이전에 세례요한을 추종했던 자들을 비롯하여 사마리아 개종자들을 모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행8:14-25). 요한 공동체는 유대인들의 가중된 핍박으로 인해 A.D.80년 이전에 소아시아로 이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R.E.Brown). 그 곳에서 이 공동체는 고등한 이교 정신이 배어 있는 이방인들을 향해 매우 성공적인 선교 사업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요한 공동체는 개종자들을 위한 선교적 문서의 성격을 갖는 복음서가 필요했을 것이며 그러한 필요에 응하기 위해 요한복음이 A.D.85-90년 경에 기록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요한복음이 기록된 후에 요한 공동체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A.D.90-100년의 10년 동안 이단 사상, 특히 영지주의 이단 사상으로 말미암아 공동체의 내부에 분열이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분열에 가담한 자들은 결국 경쟁적인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그 공동체에서 이탈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본 서신은 A.D.90-100년에 불열의 위기를 맞아 믿는 자들의 신앙을 강화하는 한편 이단 사상을 공박하기 위해 기록된 것입니다 (5:13).

 

      4. 기록 목적

 

  본 서신의 내적 증거를 비추어 볼 때 기독교 공동체 안에 분파가 생겼기 때문에 기록했다는 사실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본 서신의 기록 목적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본 서의 배후 상황을 형성하는 분파의 정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분파는 교사들을 포함한 소수의 무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교회 공동체로부터 분리시키고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만드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2:19). 비록 그들과 기존 교회 공동체는 절교했지만 의견을 달리하는 그들은 남은 무리와 계속 접촉하면서 사람들을 새 집단으로 끌어 들이려고 힘쓰고 있었습니다 (2:26). 그들과 기존 공동체간에는 교제의 단절과 더불어 신앙 이해에 있어서도 단절해 왔습니다. 처음에는 가정적인 문제들이었던 것들이 이제는 이탈한 무리들의 교리체계가 되었습니다. 본 서신에서 그 교리는 그들이 무엇을 부정하는가에 의해 밝혀지고 있습니다. 즉 그들은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서실을 부인하였고(2:22) 예수의 말씀의 권위를 부인하였으며(4:2) 그들의 죄성을 부인하였습니다 (1:8,10). 또한 그들은 그리스도의 사역을 통한 구원을 부인하였고(2:2)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명령(2:9)과 의로운 행실을 거부하였습니다 (3:6,10). 나아가 그들은 하나님과 성도, 성도와 성도간의 교제가 이루어지는 신성한 공동체의 본질을 부인하였고(1:3, 2:11) 교회 지도자들의 권위를 부인하였습니다 (1:5).

  저자 사도 요한은 이탈한 무리들이 교회 공동체의 기저를 흔드는 매우 위험한 존재임을 인지하고 있었고 따라서 그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신신한 성도들을 보호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처음부터 전수되어온 신앙의 중요한 교리들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었고 의견을 달리하는 자들이 조장하는 이단의 그릇된 부분들을 폭로함과 더불어 신실한 성도들에게 강한 확신을 심어 줌으로써 교회를 굳게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그러한 저자의 목회적 대응으로 인하여 본 서신에서는 강한 어조의 논증과 공동체를 위한 권고 및 격려의 말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즉 교회의 본질은 의와 사랑이라는 것(1:3,7), 교회 공동체 안에는 참된 죄 사함(1:9)과 예수 자신의 모범을 따르는 순종의 걸음이 있다는 것(2:6), 빛 가운데 행하는 것은 사랑 가운데 행한다는 것(2:10) 공동체의 성도들은 예수의 재림 때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2:28), 기도응답에 대해 온전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 것(3:22), 그 밖에도 세상의 유혹(2:15)과 당시의 적그리스도(2:18)와 거짓 영과 거짓 선지자들(3:22, 4:1-2)에 대한 경고가 그 공동체에게 주어졌습니다.

 

      5. 중심 사상

 

  본 서신은 비록 짧은 분량이지만 저자는 본서를 통해 하나님의 성품과 성육신하신 그리스도의 사역을 통한 죄와 용서와 종말 사상 등 기독교 교리의 핵심적 내용들을 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의 속성입니다. 저자는 하나님의 속성으로 빛과 사랑을 강조했습니다. 빛은 자신을 드러내고 나타내는 성격이 있으며 사랑은 반드시 희생을 동반합니다. 하나님은 빛이시기 때문에 어둠을 싫어하시며(1:5)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요8:12)를 통하여 자신을 계시하십니다. 또한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에 죄인된 인류를 대속하기 위해 당신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희생하심으로써 죄인들을 구원하셨습니다 (3:16). 둘째는 성육신 교리입니다. 본 서신에서 요한은 예수는 태초부터 있었던 생명의 말씀이며(1:1), 하나님의 아들이신(5:5) 거룩한 존재이심을 말하면서 그가 죄인을 구속하기 위해서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셨음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4:2). 셋째는 성령론입니다. 저자는 하나님께 기름부음 받은 자는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말미암아 진리와 거짓을 구별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2:20,27). 넷째는 구원론입니다. 저자는 구원론으로 죄론과 화해론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즉 인간은 죄 때문에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었으며(1:6, 2:2) 하나님께 용서받기 위해서는 중보자가 필요하고(2:1) 결국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과 화해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종말론입니다. 저자는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살며(2:17) 마지막 때가 되면 예수를 시인하지 않는 적그리스도가 나타나게 되는데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합니다 (4:3).

 

      6. 내용 분해

 

  본 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1부는 교제의 근거, 2부는 교제의 실천이라 할 수 있습니다. 1부는 서론(1:1-4), 교제의 조건(1:5-2:14), 교제에 대한 권고(2:15-27)로 볼 수 있습니다. 2부는 교제의 특성(2:28-5:3), 교제의 결과(5:4-21)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