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강해

   <말라기 서론>

 

  바벨론 포로에서 귀환한 유다 백성은 학개와 스가랴의 지도로 성전을 재건했으나 수십년이 지나도 택한 백성에게 임하리라 한 하나님의 영광이 임하지 않고 고달픈 생활만 계속되었습니다. 그러자 백성들의 신앙은 점차 회의에 빠져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말라기 선지자는 그 고난의 원인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밝히며 각성을 촉구했습니다.

 

     1. 책 제목

 

  본서의 제목은 '말라기'입니다. 말라기는 본서의 저자인데 그 이름을 딴 것입니다. 말라기는 '나의 천사' '나의 사자'라는 뜻입니다.

 

     2. 저자

 

  본서의 저자는 말라기입니다 (1:1). 탈굼(Targum)역에서는 에스라로 기록되어 있고 벌게이트(Vulgate)역의 완성자인 제롬도 당시 유대인들이 말라기를 에스라의 것으로 여겼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나 에스라가 서기관이며 제사장이었다는 기록들은 성경에 있지만 (스7:6, 느12:33) 그가 선지자였다는 기록은 성경에서 찾을 수 없으므로 에스라가 본서의 저자로 주장한 것은 무리입니다. 그리고 글라스고의 주교인 카메론(J.Cameron)이나 에발트(H.G.Ewalt) 등은 본서의 저자를 익명으로 봅니다. 그 이유는 70인역(LXX)에서 이 단어를 고유명사로 쓰지 않고 보통명사로 취급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언서들이 익명으로 기로된 적은 없습니다 (사1:1, 렘1:1, 겔1:1-3). 본서의 저자를 말라기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그것이 전통적인 견해입니다 (J.Packard, Matthew Henry). 왜냐하면 본서의 표제에 "여호와께서 말라기로 이스라엘에게 말씀하신 경고"(1:1)라고 기록되었기 때문입니다.  

 

     3. 기록 연대

 

  본서의 기록 연대는 B.C.450년 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B.C.358년으로 보는 학설(Hitzig)과 B.C.440-410년으로 보는 학설(J.Packard) 등 여러 가지 학설이 있으나, 바벨론 포로 이후라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일치하고 있습니다. 본서는 제 2성전이 건축되었을 뿐 아니라(스6:13-18) 제사와 절기와 금식일이 회복된 때를 기록되었습니다 (스3:1-6, 느8:13-18, 13:15-21). 그리고 느헤미야가 두번째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 발견한 것과 같은 수치스러운 것들(느13:10-31)을 말라기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말라기와 느헤미야는 거의 동시대 사람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에스라와 느헤미야의 활동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B.C.444년 종교개혁 이전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그러한 여러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본서의 기록연대는 B.C.450년 경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기록 목적

 

  본서는 포로귀환 이후 다시 사회적 도덕적 영적 부패에 빠진 이스라엘의 잘못을 꾸짖으며 경고합니다. 선지자는 만일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순결함이 없게 되면 하나님으로부터 징계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합니다. 또한 고통스러운 생활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1:2)과 공의로운 통치(2:17) 및 말씀 순종(3:14)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자들에게 주께서 얼마나 이스라엘을 사랑했으며 (1:2), 이스라엘은 얼마나 하나님을 멸시하고(1:6) 더럽히고(1:7) 괴롭혔는지(2:17) 밝히면서 이제라도 마음을 돌이켜 회개하도록(3:7) 촉구하고 있습니다.

 

     5. 주제

 

  본서의 사상은 B.C.8-7세기 경에 활동했던 아모스, 호세아, 하박국, 스바냐 등과 유사합니다. 그는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인식했으며(1:2-5) 바벨론 포로기 이후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안녕과 복지는 여전히 하나님과 이스라엘간의 계약관계(출19:5-8, 신28장)의 준수 여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습니다(2:4-9), 사실 인간은 성별과 혈통을 막론하고 누구든지 하나님께 인격적으로 헌신하며 그의 목소리를 청종할 때만 진정한 축복과 영적 평안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말라기는 이스라엘이 거룩하고 순전한 민족이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께 대한 올바른 예배 형식과 절차가 정립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그에 비례하여 하나님께 대한 순종의 마음이 없을 예배는 결단코 용납되어서는 안됨을 강조했습니다(1:8-10). 아울러 참된 회개를 통해(2:15-17) 하나님과의 관계가 올바로 정립될 수 있음을 드러냅니다.

  또한 말라기의 종말론적 사상은 아모스와 스바냐의 사상과 흡사합니다. 그는 '여호와의 날'에 되어질 상황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아모스(암5장)와 스바냐(습1:7-18)와 비슷하게 묘사했습니다. 그 날은 재난의 날이요 죄인들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날입니다 (4:1,3,5). 하지만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에게 있어서는 축복의 날이요 생명의 날이니 그들은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 같이 뛰놀며(4:2) 그의 이름은 '여호와 앞에 있는 기념책'에 기록될 것입니다(3:1). 또한 말라기의 종말 사상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하나님의 사자에 관한 부분입니다 (3:1). 그 사자는 신약시대의 여명을 바라본 구약선지자로서 독특한 위치를 점유한 것입니다.

 

     6. 말라기와 그리스도

 

  본서에서는 그리스도의 초림과 재림에 관한 깊이 있는 예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먼저 초림은 주의 길을 예비할 사자인 세례 요한의 출현과 연계되어 나타나고(3:1) 재림은 강력한 심판주로서 마지막 날에 있을 것이 강조되어 있습니다(3:2-5). 한편 초림에 대한 예언은 400년 후에 세례 요한과 그리스도의 출현이 이루어졌고 재림과 관련된 예언은 앞으로 성취될 사건입니다.

 

     7. 문학적 특징

 

  본서는 산문체로 되어 있는데 표현에 있어서 명백하고 단순한 특징을 소유하고 있습니다(1:6, 3:2-3,17, 4:1-3). 또한 질문과 대답 형식이 대단히 많이 나옵니다. 서기관들이 주로 사용하는 이와 같은 형식은 하나의 주장이나 책망이 나온 다음 청중에 의해 제기되는 가상의 반대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그것에 대한 예언자의 반박으로 이루어지는 교훈적이고도 변증적인 문장입니다. 그리고 본서에는 다양한 주제들을 담은 비교적 짧은 단락이 많이 나옵니다. 말라기는 메세지를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에스겔이나 예레미야처럼 상징적 행동을 하지 않고 고상한 언어나 비유를 사용하지도 않고 오직 간결한 문체로 설득하려 했습니다.

 

     8. 역사적 배경

 

  본서의 예언이 선포될 당시 이스라엘의 상황은 암담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팔레스틴이 바사(페르시아)의 지배하에 있었는데 비록 압제의 증거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주권을 잃은 식민지 백서으로서의 설음을 안고 있었습니다. 사실 가장 선량한 총독 치하에서도 백성은 주민세를 바쳐야 했고, 바사 군대에게도 세금을 바쳐야 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논밭이 가뭄의 피해를 입었고 포도원은 병충해와 특히 메뚜기가 휩쓸어 민족 전체의 생존 근거가 박탈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종교적으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벨론(바빌로니아) 포로에서 돌아올 때 하나님이 주셨던 영광스러운 약속의 말씀(사49:8-26, 학2:1-9)이 곧 성취될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실현되지 않았고 여전히 비참한 상태 속에 있게 되자 하나님에 대한 회의와 무관심이 일반화되어 갔습니다 (2:17, 3:14-15). 뿐만 아니라 그들은 성스러운 율법의 규례를 무시하고 아무 재물이나 하나님께 바쳤습니다 (1:7-8). 게다가 백성들은 도덕적, 윤리적으로 타락하여 이방 여인들과 잡혼을 하는 등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순결을 잃어버렸습니다 (2:10-16). 이와 같은 역사적 분위기 속에서 말라기 선지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새롭게 영적으로 각성하여 하나님의 축복을 받도록 촉구하는 것입니다.

 

     9. 내용 분해

 

  크게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 (1:1-5),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1:6-3:15), 이스라엘을 향한 약속(3:16-4:6)로 되어 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머리말(1:1), 하나님의 사랑 선포(1:2), 하나님의 사랑 확증(1:3-5), 제사장들의 죄(1:6-14), 백성들의 죄(2:10-3:15), 기념책에 의한 심판(3:16), 주의 날에 대한 약속(4:1-3), 엘리야 출현에 대한 예언(4:4-6)로 되어 있습니다.